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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얼굴 하나 찡그리지 않고 낚싯바늘을 빼냈다. 다 큰
                  어른은 어린애들처럼 아픔 따위는 느끼지 않는 건가도 싶
                  었지만, 그보다는 아버지가 어딘가에서 내가 그렇게 갖고

                  싶어하는 신비한 용기를 배워온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그들’이 나를 따로 데려가 어엿한 남자가 되는 법
                  을 가르쳐주길 바라는 게 지나친 기대는 아닐 것 같았다.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추측했다. 사춘기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던 당시의 나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형들이 나보다 덩치도 훨씬 크고 어른

                  같이 보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들’은 결국 날 찾아오지
                  도, 남자가 되는 법이나 어른으로 처신하는 법을 가르쳐

                  주지도 않았다. 지금까지도 실망스러울 정도다.
                        물론 이제 나는 안다. 말하자면 우리 시대의 종족선
                  조에 해당하는 존재인 ‘그들’조차도 사실 남자가 되는 법

                  같은 건 몰랐다는 사실을. 그들도 결국은 나만큼이나 미
                  숙하고 경험이 모자란 존재였음을. 그리고 그들 자신도

                  지식이 부족해 어른이 되는 법이라는 수수께끼를 간신히
                  풀어낸 수준에 지나지 않았음을 말이다.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갈팡질팡하며 유년기에서 성

                  인기로 가는 통과의례가 필요한 순간과 맞닥뜨렸다. 성인
                  식이라는 통과의례는 단순히 부모에게 의지해도 되는 유
                  아기에서 자급자족해야 하는 성인기로 옮겨가는 일만을




                                         1. 남자가 물려받은 것: 허상, 역할, 기대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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