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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어떻게 되었을까 ?  사실 그 아이는 즉흥과 충동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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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 “고독한 유희의 충동”  속에, 그리고 매일 출근길에 우
              리가 의식하지 못하고 놓쳐버리는 가냘픈 꿈들 속에 여전

              히 살아 있다. 아이는 여전히 살아 있지만 내면 아주 깊은
              곳에 있으며, 새턴의 그림자에 잔뜩 휘감겨 지쳐 있다.
                   잠깐 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우리 아버지는 이따

              금 웃음을 짓고 농담을 건네거나 휘파람을 불었다. 하지
              만 어린아이였던 나조차 이미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휘
              파람을 부는 것은 사실 상당히 안 좋은 일이 있다는 뜻이

              며, 아버지의 영웅심이 살짝 충동적으로 드러나 안 좋은
              일을 휘파람으로 승화시킨다는 사실을. 시쳇말로 아버지

              는 ‘쫄지 않은 척’하고 계셨던 거다. 아버지는 즐거울 때
              가 아니라 괴로울 때 휘파람을 불었다. 아버지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는 집안 사정이 어렵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버지는 정규교육을 8학년까지밖에 받지 못했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중졸에 해당한다–옮긴이), 할아버지가 운
              영하던 농기구 사업이 대공황과 그에 앞서 미국 중서부를
              강타한 흉작으로 인해 도산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 상

              황이 아버지에게 던진 메시지는 너무나도 명확했다. 딸린
              식구를 부양하려면 자신의 흥미 따위는 희생한 채 일만
              해야 한다는 것. 아버지는 당시에도, 그리고 이후로도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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