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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지역투성이였고 모두가 두려움에 떨었다. 다하우, 베
르겐벨젠, 마우트하우젠(세 지역 모두 나치 강제수용소가 있
던 곳이다–옮긴이) 같은 지명은 당시에는 들어보지 못했
는데, 나이가 들고 나서 나는 자식들과 이들 도시를 전부
방문했다. 피해망상 같은 건 아니었다. 이들 장소에는 신
경 써야 할 무언가가 있었고, 나는 성인 남성으로서 이에
즉각적이고 책임 있게 반응해야 했다. 새턴의 속박 중에
서도 가장 무거운 3W에 속하는 사례라 하겠다. 3W는 일
work, 전쟁 war, 근심 worry을 가리킨다.
남성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경험을 떠올릴 것이다.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존재가 자신을 부르는 듯
한 기분이 든 적, 다들 있지 않은가. 마치 피할 수 없는 소
용돌이에 빨려들어가기라도 한 것처럼 아이는 필사적으로
갈망한다. 정보를, 역할모델을, 리더십을, 삶의 지침을,
그리고 곧 자신에게 닥쳐와 어쩌면 자신을 압도하게 될
것들을 다루는 방법을 말이다. 이런 도전을 눈앞에 둔 젊
은이는 ‘그 누군가’가 자신을 어딘가로 따로 데려가 자신
이 알아야 할 것들에 관해 가르쳐주기를 필사적으로 바랄
수밖에 없다.
이렇듯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남성으로 살아
남기 위해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신비를 언뜻 엿본 기억
이 난다. 아버지의 손바닥에 낚싯바늘이 박혔는데, 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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