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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없었다. 마치 그림자를 단단히 꿰매 붙이기라도 한 것
처럼 몸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때 커다란 여자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심야 영업 중인 전천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천천
히 구경하십시오.”
“아, 네, 저…….”
“저희 전천당은 행운의 손님이 원하시는 걸 들어드리
는 가게입니다. 원하시는 물건을 골라 보십시오. 찾기 어
려우시면 제가 찾아 드리지요. 자, 어려워 마시고 뭐든
원하시는 걸 말씀해 주십시오.”
여자가 스윽 다가왔다. 그 압도적인 기운에 눌려 히데
모토는 속마음을 덜컥 털어놓고 말았다.
“도둑질의 달인이 되고 싶어. 누구보다 솜씨가 좋아서
잡힐 걱정 따위 할 필요도 없는 전설적인 도둑이 되고 싶
다고!”
히데모토는 이렇게 말해 놓고 망했다고 생각했다. 자
기가 도둑이라고 자백하는 꼴이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농담이라고 변명하려 했는데 여자가 먼저 고개를 끄덕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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