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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인들은 홍수나 유행병에 무력했으며,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과도한 두려움에 빠지곤 했다. 지구에는 미지의 세계

            가 널려 있었다. 고대인에게 우주는 별들이 붙박여 있는 ‘천구’

            에 태양과 행성들이 둘러싸여 있는 게 전부였다.
                오늘날 우리는 태양이 우리 은하에 있는 1,000억 개의 별

            중 하나이며, 우리 은하 자체는 우주에서 적어도  1,000억 개에

            달하는 은하 중 하나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우리 개념의 지평

            이 이토록 엄청나게 늘어났음에도, 그리고 자연 세계를 훨씬
            더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게 됐음에도 합리적으로 계획하거나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있는 시간의 규모는 오히려 더 짧아졌다.

                유럽의 중세 시대는 혼란스럽고 불확실한 시대였다. 그러

            나 그 시대는 세대가 바뀌어도 거의 변함이 없는 일종의 고정
            된 ‘배경’ 앞에서 펼쳐졌다. 예컨대 중세의 석공들은 완성되는

            데 한 세기가 걸릴 대성당에 충실하게 벽돌을 쌓지 않았는가.

            하지만 우리의 다음 세기는 지금과 전혀 다를 것이다. 현재는

            점점 더 짧아지고 있는 사회적·기술적 변화의 시간 규모와
            생물학·지질학·우주론의 수십억 년에 걸친 시간 규모 사이

            에 폭발적인 파열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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