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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정말 형편없는 이름이었다. 프로그래머가 아닌 사람들은 이해
하지도 못할 터였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커티스는
크론텐트에 사용자를 끌어들일 계획이 없었다. 그는 영업·마케
팅·광고라면 질색이었고, 그래서 처음부터 프로그래머라는 직
업에 매력을 느꼈다. 크론텐트를 만든 이유는 스타트업 관계자들
에게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때부터 그는 아침마다 스타벅스에 들른 후 출근했다. 회사에
서 그날의 업무를 끝내고 나서는 테크크런치와 해커 뉴스에서 자
신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만한 스타트업을 물색했다. 그게 일
과가 됐다.
몇 주가 지났을까. 그날도 여느 때처럼 스타트업을 찾고 있는
데 좀 특이한 회사가 눈에 띄었다. 회사 웹사이트에 들어갔더니
“전 세계인이 참여하는 엔지니어링팀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에
게 힘을 보태주세요”라는 광고 문구가 적혀 있었다.
좀더 자세히 살펴봤다. 긱스터 Gigster 라는 이름이었는데, 아무래
도 그 사이트는 엔지니어링팀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줄 ‘직원’을
찾고 있는 게 아닌 것 같았다. 그 대신 저마다 원하는 시간에 일
하는 독립계약자, 사이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원격지의 능력자’
를 찾고 있었다. 광고에는 “노동의 본질이 바뀌고 있습니다. 앞으
로는 기업에서 원격지의 능력자를 활용할 것입니다”라는 문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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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직업의 종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