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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는 남은 하루 동안 뭐라도 할 일을 찾으려고 애썼다. 회사는 그

                   가 퇴근 시간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을 요구하면서도 그 시
                   간 동안 할 일을 충분히 주지 않았다.

                     처음에는 별도의 프로젝트를 제안해봤다. 하지만 결재 라인을

                   타고 올라가는 데 며칠이 걸렸고 결국에는 거부되기 일쑤였다.

                   그래서 별수 없이 점심시간 이후 5시에 퇴근할 때까지 기술 정보

                   커뮤니티인 해커 뉴스       Hacker News 를 방문해 그곳에 올라오는 글을
                   전부 읽거나 게임 방송 사이트인 트위치             Twitch 에서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게임을 보는 것으로 시간을 때웠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커티스는 괜히 시간만 낭비하게 하는 회

                   사가 지긋지긋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매서운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1월의 어느 날, 집으로 터벅터

                   벅 걸어가자니 이제 회사생활은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그는 출근 시간보다 3시간 앞선 오전 6시 45분에 알람

                   을 맞췄다. 이튿날 알람이 울리자 노트북을 들고 근처 스타벅스
                   로 가서 ‘크론텐트     Crontent ’라고 이름 붙인 웹사이트를 개발하기 시

                   작했다. 하루 동안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글

                   을 한곳에 취합해서 친구들이 올린 중요한 소식을 한꺼번에 볼

                   수 있게 해주는 사이트다. ‘크론텐트’는 매일 자동으로 반복되는

                   작업을 뜻하는 프로그래밍 용어 ‘크론’과 ‘콘텐츠’를 합친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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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장  교대근무도, 상사도, 제약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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