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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런데 이제는 회사생활에 신물이 나서 긱스터에 접촉해보기
로 했다.
그에게 딱 하나 걸림돌이 되는 게 있다면 장시간에 걸친 면접
이었다. 생각만 해도 간이 철렁했다. 대학교 때 그는 시간이 남으
면 주로 재미 삼아 프로그램을 짰다. 예를 들면 술자리에서 참석
자들이 1시간 동안 1분에 1잔씩 맥주를 마시는 일명 ‘파워 아워
power hour ’ 게임에 쓸 수 있도록 1분 단위로 부분 재생할 곡들의 목
록을 만들어주는 스크립트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본인이 생각
하기에 현실에서 딱히 쓸모를 찾을 수 없는 주제에는 도통 집중
하지 못했다. 학교 때 대부분의 강의가 그랬듯이, 기술 기업에서
면접 때 하는 질문도 상당수가 그런 쪽에 속했다.
예전에 구글에 지원했을 때 그는 장장 5시간 동안 면접을 봤
다. 참고로 구글은 2015년에 <포천>에서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최고의 직장으로 꼽힌 회사다. 커티스가 가슴 졸이며 화이트보
드 앞에 서 있는 동안 여러 간부가 들어와서 그가 맡게 될 업무와
는 상관없는 난해한 질문을 던지고는 어떻게 답변을 도출하고 설
명하는지 유심히 관찰했다. 면접은 한나절 동안 진행됐지만 그는
처음부터 망했음을 직감했다. 참담했다.
그런데 긱스터의 면접은 전혀 다르다고 해서 한시름 놓았다.
긱스터에서는 채팅으로 면접을 봤다. 그가 지원했던 여타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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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직업의 종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