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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갑한 도시생활이 물론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다. 나도 자

                         연을 빼앗긴 세상의 흐름에 발맞춰 살고 있다. 실내에 앉아서 보
                         내는 시간이 너무 길다. 소셜미디어 계정은 또 왜 이렇게 많은지

                         집중하고 생각하고 나를 돌아보는 능력이 점점 떨어진다. 워싱턴

                         D.C.로 이사한 뒤 교통체증으로 길이 막혀 울기도 했고, 또 언젠가
                         는 너무 피곤해서 길가에 잠시 차를 대고 눈을 붙인 적도 있다. ‘숲

                         속’에 간다 해도 새소리를 듣거나 어룽거리는 햇살을 보면서 제대

                         로 즐기지 못한다. 내 운명과 인간관계와 아이들의 새로운 일정에
                         관한 생각으로 투덜거리기만 한다. 아이들의 일정을 딱딱 맞추려

                         면 군대 같은 정확성이 필요하고 유클리드 기하학까지 동원해서

                         동선을 계산해야 한다.
                               워싱턴 D.C.에 온 지 두 달 만에 나는 새 의사에게 우울하

                         다고 털어놨다. 의사는 세상의 모든 일반의와 마찬가지로 졸로프
                         트(우울증 치료제—옮긴이) 처방전을 써주고는 나를 돌려보냈다. 미국

                         중년 여성 네 명 중 한 명이 항우울제를 복용하거나 복용한 경험이

                         있다. 아동은 열네 명 중 한 명이 정서나 행동 문제로 약을 먹는다.
                         1994년 이래로 약 다섯 배나 증가한 수치다. 가벼운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것 같은데 의사들이 제대로 진찰하는 것 같
                         지 않다. 게다가 나는 두통, 불면증, 성욕 감퇴 등 약을 먹으면 나타

                         나는 각종 부작용이 싫었다.






                                                                 1. 바이오필리아 효과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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