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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말했다. “의식을 단전에 집중하세요.”
우리에겐 이런 게 필요했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모두 도
시의 사무직 종사자였다. 껍질 콩처럼 축 늘어지고 허옇고 기운이
없어 보였다. 내 옆의 다쓰야 이토는 도쿄에서 온 마흔한 살의 사
업가였다. 일본의 여느 당일치기 등산객처럼 이토도 허리띠에 갖
가지 장비를 잔뜩 매달았다. 휴대전화, 카메라, 물병과 열쇠꾸러미
까지. 일본인들은 보이스카우트 단원으로서의 자질이 충분해 보
였다. 그래서 그렇게 유능한 사무직 노동자로서 다른 선진국 국민
들보다 더 오래 일하는지도 몰랐다. 1980년대 거품경제 시대에 한
창 일할 나이의 직장인들이 쓰러져 죽은 현상을 두고 ‘과로사’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이 단어는 미래와 선진국 세계 전체에 경종을
울리며 문명이 우리를 죽일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토와
나는 솔숲에서 숨을 들이마시고 낙지와 장아찌가 잔뜩 든 도시락
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쿠니오가 사람들 사이로 돌아다니면서
잔가지 같은 다리가 달린 지팡이벌레를 보여줬다. 구부정하던 이
토의 어깨가 어느새 펴진 듯 보였다.
“여기 오면 아무 생각도 안 해요.” 이토는 이렇게 말하면서
젓가락으로 무 조각을 솜씨 좋게 집었고, 젓가락이 서툰 나는 무를
낙엽 위로 튕겼다.
“일본말로 ‘스트레스’를 뭐라고 해요?” 내가 물었다.
34 1부. 자연 뉴런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