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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우리는 센트럴파크 내의 동물원에서 새와 도마뱀을 보고 나서

                        거북 우리로 이동했다. 오래된 이끼로 덮인 거북 한 마리가 다른 거북의
                        등 위에 올라가서 괴상하고 요란한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느릿느릿

                        움직이는 두 마리 거북을 본 다른 아이들은 금세 눈을 돌렸다. 동물원
                        안의 다른 모든 멋진 것들(알록달록한 새들이 지저귀는 모습, 열대식물

                        구역의 나뭇가지에 매달아놓은 전구들, 피곤해 보이는 도마뱀들이 거

                        만한 몸짓으로 서식지의 한쪽 구석에서 반대편으로 기어가는 모습 등)
                        을 봤을 때와 똑같은 반응이었다. 하지만  4살이었던 우리 아들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거북을 봤다. 아이는 레이저 같은 시선으로 두 마리 거북

                        을 응시하고 있었다. 꼼꼼한 관찰을 마친 아이가 큰 소리로 말했다. “거
                        북이들이 뭐 하는지 알았어, 엄마. 짝짓기 하는 거, 맞지? 거북이들은 저

                        렇게 하는 거야?”

                          아이에게는 동물에 관한 기초 지식이 있었고 동물원에 익숙했던 덕
                        분에 자기가 본 광경의 작은 부분까지 호기심을 품을 수 있었다. 아이는

                        야생 상태의 거북과 동물원의 거북을 둘 다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우
                        리 아들이 거북의 이끼 가득한 등과 느리고 여유로운 움직임에 별로 감

                        탄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거북 한 마리가 다른 거북의 등 위에 올라

                        가서 신음소리를 내는 모습은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는 일종의 ‘동
                        물원 각본’과 ‘거북 각본’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 배경 지식 덕분에 아이

                        는 자기가 본 것에 놀라움을 느꼈고 더 알고 싶은 욕구를 느꼈다. 아이
                        의 경험이 구체적인 호기심으로 이어진 셈이다. 육아도우미와 함께 보

                        낸 시간들,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들었던 과정이 있었기에 아











                        1장. 호기심 제대로 이해하기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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