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 -
P. 15

전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은 흙탕물처럼

        탁하고 어지러웠다. 지금껏 옳다고 믿어 왔던 일이 하루
        아침에 뒤집히고, 새로운 생각들이 여기저기서 움트는

        시대였다.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데 목숨을 걸었다. 나

        라만 믿고 있다가는 굶어 죽기 십상이었으니, 무슨 짓을

        해서든 입에 풀칠을 해야 했다.
           사람들이 먹을 것을 애타게 찾으면서, 물건을 몰래 사

        고파는 ‘암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장사꾼은 쌀과 밀가루, 채소, 통조림을 어디선가 구해

        와 내다 팔았고, 그것을 사려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






        14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