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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쉬었다.
“망했다. 형이 진짜 화난 것 같아. 하지만 베니코 씨를
보호하는 강력한 주술을 뚫고 저주를 걸 만한 실력을 가
진 사람은 형밖에 없는걸. 휴, 어쨌든 〈전천당〉으로 가
자. 동생인 나라도 책임지고 돕는 수밖에…….”
젠지는 겉보기에는 약해 보였지만, 사실 한번 마음을
먹으면 꿈쩍도 하지 않는 단호함과 행동력이 있었다. 이
번에도 재빠르게 움직였다.
젠지는 〈선복서점〉의 문을 닫고 나와 ‘당분간 쉽니다’
라고 쓰인 안내문을 붙였다. 그런 다음 작은 수첩을 꺼내
들었다. 《저절로 도착 지도》라고 쓰인 수첩에 ‘전천당’ 세
글자를 적어 넣자 새하얗던 빈 종이에 금세 지도가 스윽
나타났다.
“좋았어!”
젠지는 수첩을 품에 넣고 걸음을 뗐다. 첫걸음을 내딛
자 발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젠지는 어느새 낯설
고 좁은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골목길은 한낮인데도 어
스름했다. 그 골목 안에 조그만 과자 가게가 있었다.
“저긴가? 음, 역시 《저절로 도착 지도》는 훌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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