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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리게 만들었다. 증조할아버지 제이컵 실버는 코네티컷주 워터베리
에 자동차 외형복원 전문점을 차리고 매달 두 번째 금요일 월급날이
되면 포커판을 벌였다. 대대로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직원들이
번번이 빈털터리로 귀가하자 참다 못한 부인들이 들고 일어나는 바
람에 월급을 현금 대신 수표로 지급했다고 한다. 또 다른 증조할아버
지 퍼디낸드 스런은 악명 높은 방화꾼이었고, 얼마나 기발한 수법으
로 보험 사기를 치고 다녔는지 당국이 기소하고 싶어도 마땅한 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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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가 없어서 못했다고 한다. 아마 블러프bluff(타인을 속이기 위한 허
세, 특히 카드게임에서 실제보다 강한 핸드를 가진 척하는 것–옮긴이)도 잘했
을 것이다.
나로 말하자면 2004년부터 2007년까지 3년간 프로 포커 플레이
어로 살면서 이른바 포커 호황기Poker Boom를 몸소 경험했다. 포커
호황의 기폭제는 온라인 포커의 활성화와 크리스 머니메이커 Chris
Moneymaker의 급부상이었다. 내슈빌 출신의 회계사였던 머니메이커
는 온라인 예선 토너먼트를 통과하며 2003 WSOP의 1만 달러 메인
이벤트(토너먼트명 앞에 붙는 금액은 참가비를 뜻하며 예선통과자는 참가비
를 지불하지 않고 참가할 수 있다–옮긴이)에 진출한 뒤 최종 우승을 거두
며 상금 250만 달러를 획득했다. 만일 그 시절에 챗GPT가 존재해
서 WSOP 우승으로 포커 열풍을 불러올 사람을 만들어보라고 했다
면 머니메이커야말로 그 결과로 나올 만한 인물이었다. 당시 20대 후
반의 나이에 적당히 살집이 있고 사람 좋아 보이던 머니메이커는 따
분한 회사 생활에 지쳐 있었다. 퇴직을 위해 일확천금을 꿈꾸는 회사
원의 전형이었던 그는 바로 온라인 포커 사이트가 주 목표로 삼은 고
객이었다. 머니메이커가 우승한 2003년에 WSOP 메인이벤트의 참
가자는 839명에 지나지 않았으나 3년 뒤인 2006년에는 8,773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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