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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다고 ‘감격’했다. (요즘도 2016년이나 다른 연도에 내 예측 덕분에
                     돈을 벌었다며 밥값을 대신 내주는 포커 플레이어를 종종 만난다.)

                       어쩌면 이런 사고방식이 무척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도 괜찮
                     다. 우리는 이제 막 투어를 시작했을 뿐이다. 그리고 아직 해결해야

                     할 철학적 문제들도 남아 있다. 2016년 대선처럼 일회성으로 보이는
                     사건에서 ‘평균적’ 결과란 무슨 의미인가? 일단 지금 단계에서는 많

                     은 권력자와 기업이 기댓값을 중심으로 생각한다는 것, 그리고 장기
                     적으로 보면 그들이 패배할 때보다 승리할 때가 더 많다는 정도만 알

                     아두면 된다. 하드록을 운영하는 세미놀게이밍 Seminole Gaming 같은
                     회사가 연간 수십억 달러를 버는 데는 EV를 모르는 사람들의 지출이

                     한몫 톡톡히 한다.    26
                       우선은 확률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우면 좋겠다. 내 첫 책 《신호

                     와 소음The Signal and the Noise》의 요지는 확률론적 예측이 자만의 발
                     로가 아니라 겸손의 발로라는 것이었다. 세상은 복잡하다. 조그만 파

                     동이 커다란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프란츠 페르디난트Franz Ferdinand
                     의 피살이 1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고, 중국에서 어떤 일련의 사건으

                     로 인해 SARS-CoV-2(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정식 명칭–옮긴이)가 탄생
                     했다. 때로는 무작위로 발생한 사건 때문에 역사의 궤적이 완전히 바

                     뀌기도 한다. 예를 들어 2000년 대선 때 플로리다주 팜비치카운티에
                     서 조악하게 디자인된 ‘나비형 투표용지’(양쪽에 후보들의 이름이 적혀 있

                     고 중앙에 구멍을 뚫어서 투표하는 용지–옮긴이)를 도입한 탓에 일부 유권
                     자가 실수로 팻 뷰캐넌 Pat Buchanan에게 투표했고, 그 때문에 앨 고어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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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re가 패배했을 공산이 크다.  포커를 수천 핸드 치거나, 자신의 돈
                     이 걸린 스포츠 경기를 수백 회 보거나, 스타트업 수십 개에 투자해보

                     면 운명의 변덕과 세상에 관한 우리의 불확실한 지식 때문에 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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