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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손님이 물 한 잔 이상의 대접을 거절하는 행동

                은 주인의 호혜를 거절하는 행동이다. 서로 헌신하는 관계
                를 맺자는 주인의 제안을 거부하는 것이다. 대접을 거절한

                행위에 대해 주인이 얼마든지 불쾌하게 여길 수 있다는 얘

                기다.
                    인류학자 에두아르도 아르케티            Eduardo Archetti 는 인류학

                자들이 ‘균형 잡힌 호혜성’이라 부르는, 노르웨이뿐 아니라

                거의 모든 시민 사회에 적용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종종 언
                급했다. 그에 따르면 교수 식당에서 동료에게 커피 한 잔을

                사면 그 동료가 바로 커피 값을 준다. 동료가 자신과 작은
                선물을 주고받는 관계를 만들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채

                무를 청산한다는 것이다. 친밀감에 대한 이런 두려움으로

                인해 시민 사회라는 태피스트리를 구성하는 실은 단단하고
                두꺼워질 수가 없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마르셀 모스           Marcel Mauss 는 선물 교환
                에 대한 1920년대의 논문에서 선물은 단순히 무언가를 주

                고받는 행위를 뛰어넘어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도덕적 관계

                를 수반하며 평화롭고 우호적인 관계를 위한 중요한 배경이
                된다고 주장한다. 선물을 받지 않는 행위는 잠재적 우정에

                대한 상대방의 제안을 거부하는 것이다. 모스의 분석에 따

                르면 선물을 주고받는 것에는 주는 의무, 받는 의무, 답례품






                                         관계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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