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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와 술병’이라는 연구 프로젝트에서 외교사에서 술이

           가지는 중요성에 대해 연구한 바 있다. 큐빌러의 주요 가설
           은 음주가 우정과 상호 이해에 꼭 필요한 윤활유라는 것이

           었다. 실제로 그는 적당한 취기가 성공적인 외교를 위한 필

           수 조건이라고 믿었다.
              큐빌러를 존중하지만 나는 이 생각에 한계가 있다고 본

           다. 사람들이 밤늦은 시간 술에 취하면 그중 지각없는 행동

           을 하는 사람이 꼭 생긴다. 파충류 뇌에서 봄 직한 원초적
           본능이 흄의 조언을 따르는 자아보다 우선시되어 품위를 잊

           은 채 감정이 이끄는 대로 술주정하는 걸 생각해보라.
              반면 사람들이 함께 식사를 할 때는 이런 문제가 발생

           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음식을 나눠 먹음으로써 가족이 되

           는 곳도 있다. 이렇게 맺어진 관계는 유산을 물려주거나 불
           구덩이에서 구해주는 의무로 이어지지 않지만 음식을 공유

           함으로써 발생하는 지속적인 헌신으로 이어지긴 한다. ‘내
           가 너에게 호의를 베풀었으니 너는 내게 보답할 의무가 있

           다’는 암묵적 관계 속에서 음식은 매끄러운 윤활유이자 사

           람들을 연결하는 끈끈한 접착제다.
              환대는 거의 좋은 의미로 쓰이지만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에게 받는 환대는 반드시 좋은 의미만은 아니다. 그래

           서 부적절한 사람으로부터 초대를 받거나 선물을 받았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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