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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집 딸의 운 좋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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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딸 둘, 아들 하나, 삼 남매를 두었지만 서른다섯, 당
시로는 고령의 나이에 또다시 임신을 했다. 온 가족이 아들이
길 바랐으나 나는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죽을힘을 다해
어머니의 산도를 빠져나왔다. 오른쪽 머리와 뺨이 심하게 눌
려 큰 소리로 울기 시작하자 입술이 한쪽으로 일그러졌다고
한다. 이웃들도 구경하러 와서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댔다. “살
다 살다 이렇게 못생긴 아기는 처음 보네!”
아버지는 출생신고를 하러 갈 때 내 이름을 짓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셨다. 운 좋게도 가는 길에 마을의 한 병원
앞을 지나가는 바람에 그 여의사의 이름을 신고서에 적어넣었
다. 그렇게 생긴 이름이 바로 ‘슈즈 秀枝 ’다.
밥 먹을 때 테이블 위에 달걀이 하나밖에 없을 때면 두 언
니와 나는 젓가락을 가까이 가져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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