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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고 오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조금도 개의치 않았
다. 운 좋게도 나는 남녀차별을 겪은 적이 많아 이런 사소한
일쯤은 아무렇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환자들을 아주 열심히 치료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다행히 어려서부터 쌀집에서 자라서
상대방의 의중을 잘 살피고 의사소통을 잘할 수 있었기에 임
상, 교수, 연구 모두 잘 해낼 수 있었다. 제 역할을 다하는 의사
로서 은퇴할 때까지 동료들과도 줄곧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단체 관광으로 크로아티아의 아름다운 고성에 갔을 때였
다. 마침 황혼 무렵이던 그때, 60대 여성 몇 명과 함께 교회 밖
계단에 앉아 식사하러 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 남성이
다가와 퇴역 장교와도 같은 모습으로 꼿꼿이 서서 여성들을
향해 칭찬하기 시작했다. 귀부인 같다, 미소가 매력적이다, 눈
이 아름답다, 머릿결이 곱다, 몸매가 늘씬하다, 옷차림이 고상
하다 등의 칭찬을 늘어놓았다.
내 차례가 되자 노신사는 딱히 칭찬할 거리를 찾지 못하
는 듯 머뭇거리다 겨우 한마디를 내뱉었다. “머리가 정말 좋으
시네요!”
나는 정말 기뻤다. 이 신사분이 나의 장점을 제대로 짚어
낸 것이었다. 머리가 좋다는 것은 똑똑하다거나 학식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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