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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세인 친구가 양손을 뻗으면 뻐근하고 손톱 근처의 관절
이 조금 부어올랐다고 말했다. 나는 퇴행성 관절염일 것으로
판단했고 명절이 다가오면서 청소를 너무 열심히 한 탓에 관
절에 무리가 갔으리라 생각했다. 친구는 내 말에 반박했다.
“예전에도 청소는 늘 했는데 왜 여태껏 한 번도 안 부었겠
어?”
내가 대답했다.
“늙었잖아. 이제 시작인 거지.”
그녀가 약간 기분이 상한 것 같아 말을 덧붙였다.
“사람마다 노화되는 부위가 다른데 손가락부터 노화가
시작된다니 얼마나 운이 좋아.”
장수하려면 당연히 늙는 게 먼저다. 어디서부터 늙을지
선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뇌의 노화, 기억력 감퇴, 인지기능 저하는 누구에게도 우
선순위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흰머리는 염색하거나 그대로 놔
둬도 개성을 드러낼 수 있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얼굴의 검
버섯과 주름은 보기는 싫지만 성형외과에 가서 살짝 손보면
해결된다. 백내장으로 인해 시야가 흐릿하다면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면 되고 청력이 떨어지면 불편하긴 해도 보청기를 끼우
면 된다. 경추 퇴화로 인해 목이 뻐근하고 신경이 눌려 손발이
서문 ◦ 당신답게 늙어가길 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