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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 드론 ‘퓨어 박스’를 설치했습니다. 퓨어 박스는 주입된

                        정화 물질을 사방으로 분사하여 미세먼지 농도를 줄이는 최

                        첨단 에코 머신으로…….”

                          은하는 숟가락을 그릇에 넣어 바삭바삭한 곰돌이 시리얼

                        을 으깨 죽처럼 만들었다. 할머니가 삼킨 말 안에는 ‘엄마’나

                        ‘아빠’라는 단어가 들어 있을 것이다. 할머니는 엄마 아빠가

                        먼 옛날 별로 돌아갔다고만 했다. 그 이상은 말해 주지 않았

                        다. 은하는 그 말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뜻임을 다섯 살 즈

                        음에야 알았다. 집에는 흔한 가족사진 한 장조차 없었다. 가

                        끔은 엄마 아빠가 존재하기는 했었는지 의심될 정도였다.
                          “다음 소식입니다. 어젯밤 서울 상공에서 외계인을 목격했

                        다는 제보가 솟구치고 있습니다. 밤 12시경 우주선을 닮은

                        미확인 비행 물체가…….”

                          ‘외계인이라고?’

                          울적한 생각에 잠겼던 은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목

                        을 길게 빼고 텔레비전을 봤지만 화면은 곧 맥없는 핏 소리와

                        함께 검게 물들었다. 검은 화면 위에 얼빠진 은하의 표정이

                        비쳤다. 할머니가 리모컨으로 텔레비전을 꺼 버린 것이다.

                          “할머니!”





                                                         2. 우주에서 온 작고 미끄러운 여행자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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