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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래를 쳤다.
“편하게 말해도 돼. 그냥 은하라고 불러. 그런데…….”
은하는 까끌까끌한 목 너머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너는 누구야? 지구인은 확실히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동물도 아니고.”
“내 정신 좀 보게! 소개가 늦었지? 난 여기에서 333광년 떨
어진 슬라슬라 행성에서 온 삡뿝이라고 해.”
슬라슬라 행성?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1광년은 빛이 초
속 30만 킬로미터의 속도로 1년 동안 이동하는 거리로 9조
4670억 7782만 킬로미터라고 한다. 그러니까 333광년은 잘
은 몰라도 아무튼 정말로 먼 곳이었다. 상상도 할 수 없을 만
큼 먼 곳.
은하는 이 슬라임 외계인이 어쩐지 낯설지 않다는 사실,
심지어는 조금 애틋하게까지 느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체 왜? 그 이유를 떠올리려는 순간 정수리를 가르는 통증
이 느껴졌다. 정신이 아찔해진 은하는 두 손으로 이마를 짚
으며 비틀거렸다. 눈 안쪽에서 수많은 별이 빙빙 돌고 춤추
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리움이 거대한 해
일처럼 밀려왔는데, 그게 어떤 얼굴이었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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