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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가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뛰어오자 삼색이는 입에 물고

                    있던 물컹한 슬라임을 뱉었다. 은하를 슬쩍 흘긴 삼색이는 날

                    렵하게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은하는 고양이 침과 흙먼지로

                    뒤덮여 꼬질꼬질해진 슬라임을 주워 들었다.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갈 만큼 작고 젤리처럼 말캉했다. 넋이 나간 슬라임이 은

                    하의 손바닥 위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헥헥! 어우, 죽는 줄 알았네! 200년 전에 돌아가신 우리 고

                    조할아버지가 바로 눈앞에서 손짓하더라고.”

                       물컹한 청록색 젤리 덩어리는 온몸을 축축하게 적신 고양이

                    침을 연신 닦아 내면서 덧붙였다.
                       “휴, 그래도 덕분에 살았어. 정말 고마워, 친절한 지구인아!

                    네 이름이?”

                       “어, 어? 나는 은하라고 하는데, 고은하.”

                       “그래? 그렇다면…… 이럴 때 지구 예절이 뭐였더라? 분명

                    히 《지구 여행 안내서》에서 봤는데, 아, 맞아!”

                       슬라임은 말랑한 고개를 몇 번이고 꾸벅꾸벅 숙였다.

                       “친절한 지구인 고은하 씨, 다시 한번 정식으로 귀하의 용기

                    있는 행동에 감사를 표합니다.”

                       굉장히 예의를 차린 말투였다. 은하는 괜히 머쓱해져서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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