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 -
P. 16
은하가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뛰어오자 삼색이는 입에 물고
있던 물컹한 슬라임을 뱉었다. 은하를 슬쩍 흘긴 삼색이는 날
렵하게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은하는 고양이 침과 흙먼지로
뒤덮여 꼬질꼬질해진 슬라임을 주워 들었다.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갈 만큼 작고 젤리처럼 말캉했다. 넋이 나간 슬라임이 은
하의 손바닥 위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헥헥! 어우, 죽는 줄 알았네! 200년 전에 돌아가신 우리 고
조할아버지가 바로 눈앞에서 손짓하더라고.”
물컹한 청록색 젤리 덩어리는 온몸을 축축하게 적신 고양이
침을 연신 닦아 내면서 덧붙였다.
“휴, 그래도 덕분에 살았어. 정말 고마워, 친절한 지구인아!
네 이름이?”
“어, 어? 나는 은하라고 하는데, 고은하.”
“그래? 그렇다면…… 이럴 때 지구 예절이 뭐였더라? 분명
히 《지구 여행 안내서》에서 봤는데, 아, 맞아!”
슬라임은 말랑한 고개를 몇 번이고 꾸벅꾸벅 숙였다.
“친절한 지구인 고은하 씨, 다시 한번 정식으로 귀하의 용기
있는 행동에 감사를 표합니다.”
굉장히 예의를 차린 말투였다. 은하는 괜히 머쓱해져서 손
18
우주수사대폴라리스 본문_148x210_채색완료_5교.indd 18 2023. 8. 23. 오후 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