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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기척을 눈치채곤 겁을 집어삼키며 입을 다물었다.
겹겹이 쌓인 우리를 만족스럽게 둘러보던 그의 눈길은 가장
최근에 잡아 온 지구인에 가 닿았다. 실험체 EZ-166. 생생 주
식회사의 안상생 사장은 이제 막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
고 깨어나는 모양이었다.
“여, 여기가 어디야?”
소리를 꽥 지르던 지구인은 곧 유령처럼 우두커니 서 있는
그를 발견하곤 입을 다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을 파악
한 지구인의 떨리는 목소리가 침묵을 갈랐다.
“설마, 당신이 날 여기에 납치한…….”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원하는 게 뭐요? 역시 돈? 돈이겠지? 돈은 얼마든지 드릴
테니 제발 모, 목숨만은…….”
비굴하게 애원하는 목소리가 어두운 터널 안에 메아리쳤
다. 살얼음 같은 정적이 깨질 듯 이어졌다. 그는 그냥 물끄러
미 EZ-166이 갇힌 우리 쪽을 쳐다보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내가 원하는 건 딱 하나. 잘못된 일을 바로잡는 것뿐이다.”
그리고 우리에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가 온몸에 뒤집어썼
던 흰 천을 내렸다. 천장의 창문 틈 사이로 내리비친 푸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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