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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빠 대신 기묘한 남자 한
                   명이 아파트 앞에 서 있었다.

                     “어어?”

                     하루타는 눈을 비볐다. 허깨비를 봤다고 생각될 정도
                   로 남자 모습이 별났기 때문이다.

                     남자는 놀랄 만큼 키가 크고 몸은 연필처럼 가늘었다.
                   위아래 검은 옷을 맞춰 입고, 어깨에는 검은 망토를 걸치

                   고, 마지막 마침표라도 찍듯이 머리에는 검은 실크해트
                   모자를 쓰고 있었다. 마치 마술사 같은 차림이었다. 그리

                   고 모자 밖으로 엿보이는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카락과

                   끝을 뾰족하게 감아올린 콧수염이 잘 익은 딸기처럼 빨갰
                   다.

                     어딘가 섬뜩하면서 수상한 느낌을 풍기는 남자는 고개

                   를 들더니 위를 올려다보았다. 남자는 하루타와 눈이 마
                   주치자 씨익 웃었다. 그리고 하루타를 향해 손짓했다.

                     ‘여기로 내려오세요.’
                     하루타 귓가에 남자의 말이 들리는 듯했다. 호기심이

                   꿈틀꿈틀 일었다.
                     ‘저 아저씨를 만나러 가 볼까? 그래, 꼭 만나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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