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 -
P. 11
하루타는 믿을 수 없다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바로 전까지만 해도 온종일 짜증을 내면서 베란다에
뿌루퉁하게 서 있었는데…….
원래 오늘은 아빠랑 같이 야간 드라이브를 가기로 한
날이다. 기분 좋게 고속도로를 달려 휴게소에서 라면을
먹고 한정판 아이스크림까지 사 먹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아빠가 갑자기 일이 생겼다고 드라이브를 취소
해 버렸다. 기대했던 약속이 완전히 깨진 일이 벌써 다섯
번째다. 아빠에게 회사 일이 중요하다는 건 하루타도 안
다. 그래도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기는 어려웠다. 하루타
의 기분을 풀어 주려고 엄마가 케이크를 사 왔지만 하루
타는 그런 엄마를 못 본 척하고 베란다로 나갔다.
이미 저녁놀이 지고 어둠이 점점 내려앉고 있었다.
“휴, 어둡고 시커먼 하늘이 꼭 내 마음이랑 닮았네.”
한숨을 쉬면서 하루타는 베란다 난간 밖으로 몸을 쭉
내밀었다. 하루타의 집은 3층이고, 아래는 아파트 입구
현관이 있다. 어쩌면 아빠가 일찍 일을 끝내고 허둥지둥
잰걸음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런 막연한 기대를 품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두근두근 대관람차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