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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은 나날이 쌓여만 갔다.
‘차라리 도읍으로 도망쳐서 혼자 일을 시작할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진로쿠는 괭이를 고치기 시작했

다. 오늘은 스승님이 이웃 마을에 일을 보러 가서 대장간
에는 진로쿠 혼자였다.

그때 대장간 안으로 그림자 하나가 슬그머니 드리웠
다. 마을 사람 누군가가 또 뭘 고쳐 달라고 찾아왔겠거니

하면서 진로쿠는 고개도 들지 않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보시다시피 지금 바빠요. 고칠 게 있으면

거기 두고 가쇼.”

“아니요, 저는 대장일을 부탁하러 찾아온 것이 아니옵
니다.”

느릿느릿 말하는 낯선 여자의 목소리에 진로쿠는 얼굴

을 들었다가 깜짝 놀랐다.
대장간 문 앞에 한 여자가 서 있었다. 진로쿠가 지금껏

만나 본 그 어떤 사람보다 키가 크고, 하나로 묶은 긴 머
리카락은 새하 다. 그러나 얼굴은 생기가 넘치고 주름

하나 보이지 않았다. 손에는 삿갓을 들고 소매가 길지 않
은 자주색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 커다란 보따리를 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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