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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는
21세기 생물학
21세기 생물학은 수많은 유전자와 단백질, 화합물 사이를 오가는 상호
작용 네트워크를 규명해서 생명현상을 이해하려고 한다. 이런 방법론
이 바로 시스템생물학 Systems Biology이다. 말하자면 시스템생물학은 생
물을 개별 구성요소 수준이 아닌 시스템 수준에서 연구함으로써 구성
요소 사이의 상호작용과 그에 따른 시스템 전체의 기능을 이해하려는
시도다.
인체를 숲에 비유해보자. 생물학 초기에는 그저 밖에서 숲을 바라
보기만 했다. 저 안에 뭐가 있을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했고, 이를
상상하며 설레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다 점점 숲속으로 들어가기 시
작했다. 수많은 연구자가 이리저리 숲을 돌아다니며 저마다 이런저런
사실을 알아냈고, 이런 정보가 계속 쌓이면서 나름대로 길이 생겨났
다. 그리고 마침내 2003년 생물학 역사에 기념비적인 업적이 세워졌
다. 1990년에 야심 차게 시작한 인간게놈프로젝트 Human Genome Project,
HGP가 99.9퍼센트의 정확도로 종료된 것이다. 이로써 인간이라는 숲
의 정밀한 지도가 드디어 완성됐다.
이제 생물학은 ‘유전체 지도 genome map’라고 부르는 ‘생명의 설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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