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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돔 개수가 줄어든 것을 보고 남자친구에게 얘기했다. 그러자 남자친

              구는 웃으면서 이상한 상상을 한다며 바냐를 몰아갔다. 그때부터 바냐

              는 그의 말이 맞고 자신이 이상한 것이 아닐까 하고 스스로를 의심하
              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만나면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성적으로 잘 맞았다. 그런

              데 왜 기분이 석연치 않은 것일까? 바냐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리고는 그녀의 정신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남자

              친구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지금까지 우울증과 불

              안을 겪어왔어. 어쩌면 내가 정말 미친 건지도 몰라.’



                가스라이팅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첫 단계는 그 문제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 대니얼 시겔           Daniel Siegel 의 유명한 말을
              인용하면, “길들이려면 이름을 붙여야 한다             You’ve got to name it to tame

              it ”.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경험을 표현할 적절한 언어를 발

              견할 때, 우리 뇌에서 활성화되는 영역이 달라진다. 이전까지 반응
              적이고 감정적인 뇌 영역이 활발했다면, 이름을 붙인 뒤에는 문제

              를 더 잘 해결할 수 있는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뇌 영역이 활성화되

              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 가스라이팅이라는 이름을 붙임으로써, 당
              신이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도록 교묘하게 조작된 상황에서 스스

              로의 통제감을 회복하는 첫발을 내딛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만 봐도 바냐가 어떻게 가스라이팅을 당






              20    1부|나한테문제가있나자꾸의심하게될때:가스라이팅과정서적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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