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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을 누워 밥도 제대로 먹질 못했다. 너무 허기가 져 한술 뜰 때조
차 아버지 속 썩인 일들만 생각나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 그렇게 오랫동
안 방에서 나오질 못했다. 하루하루 지나는 동안 우리 집 통장 잔고는
계속 빠져나가고 있었다. 나는 방에서 나와야 했다. 슬퍼서 아무것도 못
하겠는데 꼭 해야만 할 일이 있었다. 돈을 버는 일이었다.
돈 없는 사람만이 아는 세상의 민낯
가난은 세상의 숨은 얼굴을 드러내준다. 가난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차갑고 비정한 얼굴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친척들부터 연락을 끊기
시작했다. 먼저 전화를 하면 돈 빌려달라고 할까 봐 무서워서인지 받지
도 않았다. 아버지가 건강할 때는 이런저런 부탁을 들어주고 친절하던
주변 사람도 하나둘씩 떠나갔다.
나는 복학하지 않았다. 전교 꼴찌에 졸업장도 겨우 딴 내가 무슨 대
학인가. 대학은 포기하는 게 맞았다. 스무 살의 내가 그때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가난해도 행복하다는 말은 순전히 거짓말이라는 것. 그건
아마도 부자들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닐까.
제1장•집이 바닥 친 내 인생을 구원해주다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