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겠어! 아니면 지퍼나 접착제? 어쨌든 비밀을 지킬 수만 있
다면 무슨 일이든 하고 싶어.”
진심으로 그렇게 바랐을 때다.
“저, 거기 꼬마 아가씨.”
누군가 부르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아이네는 뒤를 돌아
보았다.
좁은 공터에 아주 신기한 모습을 한 아주머니가 서 있
었다. 새하얀 머리카락에 예쁜 유리구슬이 달린 비녀를
잔뜩 꽂고, 옛날 동전 무늬가 새겨진 자주색 기모노를 입
고 있었다. 무엇보다 아주 크다. 아이네의 아빠보다도 키
가 크고, 몸집도 듬직했다.
아주머니는 손에 캔 커피를 들고 있었고, 옆에는 낡고
큼직한 여행용 가방이 놓여 있었다. 게다가 그 옆에서는
검은 고양이가 접시에 담긴 우유 같은 것을 할짝거리고
있었다.
아주머니가 “이리 와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아이네에
게 손짓했다. 평소라면 아이네는 모르는 척했을 것이다.
부모님과 선생님이 낯선 사람이 말을 걸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치라고 늘 단단히 일러두었기 때문이다.
시크릿 알약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