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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않으면서. 아무리 너그러운 신이라도 자기 필요할

               때만 기도하는 사람들 소원을 들어주겠어?’

                 “이러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엄마 아빠 탓이에요.”
                 다이치는 심술 난 말투로 우물거리고는 고개를 푹 숙

               였다.
                 행렬은 느릿느릿 앞으로 나아갔다. 그래도 마침내 다

               이치 차례가 다가왔다. 새해 기도에는 이런저런 예법이
               있는 모양인데, 다이치는 어떻게든 빨리 끝내고 집에 돌

               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복전함에 동전을 넣고 얼른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시험에 쉽게 붙어서 좀 편하게 지낼 수 있게 해 주세

               요. 제발요.”
                 다이치는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소원을 중얼거렸다.

               어서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들었을 때다. 반
               짝 빛나는 금색의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어어?”

                 다이치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손바닥에 올려놓을 수 있을 만큼 조그만 금색 고양이

               였다. 그 고양이는 복전함 안에서 불쑥 기어올라 나오더






                                                        편한 낙타 부적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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