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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당신의 관계에 정리가 필요할 때







              곧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그를 대하며 남은 일정을 소화했다.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음에도 며칠 동안 밤이 되면

              ‘친구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고심
              끝에 얻은 답은 이러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파괴될 수 없

              는 안도감이다. 그러나 나는 그와의 관계에서 그 안도감을 느끼

              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어긋난 관계를 억지로 붙잡고 싶지 않
              았다. 틀어진 관계를 억지로 부여잡는 것 또한 어른스럽지 못한

              태도라는 판단이 들었다.

                귀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문의 메시지를 그 친구에게 보
              냈다. 책망이나 미워하는 감정이 드러나는 표현은 최대한 피했

              고, 마지막에는 친구의 앞날을 축복하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고는 그 친구의 페이스북과 모바일 메신저를 포함한 연락
              처를 모두 삭제해버렸다.

                우리를 공통으로 아는 주변 사람들은 당황스러워하며 화해

              를 권했다. 너희가 알고 지낸 지 몇 년인데 이렇게 인연을 끊냐,
              한 번 싸운 것으로 치고 서로 화해해라, 지금까지 함께한 시간

              을 생각해서 너그럽게 용서하고 다시 친하게 지내라, 왜 이렇게

              민감하냐, 일 크게 벌이지 말고 당장 화해하라 등등. 중재하던
              친구는 상대의 장점을 하나하나 짚어주기 시작했다. 유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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