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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 솔직하고, 착한 친구 아니냐고. 경직된 분위기를 풀어보려

                   는 의도였겠지만 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네 말이 맞아. 친구 사이에 싸움은 칼로 물 베기지. 그런데
                   말이야, 나는 이런 관계를 원하지 않아.”

                     냉정하게 들린다 해도 할 수 없었다. 더는 내게 이런 관계는

                   필요하지 않았다.



                     관계 앞에서 우리는 늘 ‘너그러워지라’는 말에 흔들려 맞지도 않는

                     상대방을 무조건 참고 견뎌주기만 한다. 고작 ‘우리는 친구잖아’라
                     는 그 한마디 때문에 말이다.




                     경험과 능력이 부족했던 20대에는 이른바 ‘인맥 통장’을 맹
                   신했다. 쉽게 찢어지는 그물망인 줄도 모르고 얼기설기 짜는

                   데에 급급했다. 내가 짠 인맥 망은 몇 번의 비바람에 쉽게 허물

                   어졌고, 그럴 때마다 처음에 짤 때보다 몇 배쯤 더 노력을 들여
                   뚫린 그물을 다시 손질해야 했다. 최근에야 나에게 필요한 것

                   은 얼기설기 짜인 그물망이 아니라 튼튼한 밧줄이었음을 깨달

                   았다. 필요할 때 나를 이끌어주고, 내가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
                   는, 두 손으로 꼭 붙잡아도 불안하지 않은 굵고 튼튼한 동아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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