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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게 치르고 싶은 사람도 있는가 하면 가족들끼리만 모여 조

             촐하게 치르고 싶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처럼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마감하고 싶은지 생각하는 바

             를 확실하게 기록으로 남기는 것입니다. 물론 필요에 따라 반려
             자나 아이들에게 남길 재산 등을 적어두는 것도 좋겠지만 그런

             건 어디까지나 보충 설명입니다.

               저의 경우에 지금 유언장에는 “연명 치료는 일절 안 함. 장례
             식은 안 해도 좋다. 무덤도 필요 없다. 화장하고 남은 재는 바다

             에 뿌려다오”라고 적어두었습니다.

               전 세계의 모든 바다는 연결돼 있습니다. 그러므로 태우고 남
             은 재를 바다에 뿌리면 저는 죽어서도 전 세계를 여행할 수 있

             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최고의 행복입니다. 하나 덧
             붙인다면 가족과 친구들이 전 세계 어딘가에서 바다를 볼 때마

             다 제 생각을 조금이라도 해준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유언장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숙부가 돌아가셨을
             때의 경험 때문입니다. 어느 날 숙부가 돌연 뇌출혈로 쓰러져 의

             식 불명 상태가 되었습니다. 숙모는 큰 충격을 받고 의사에게 연

             명 치료를 부탁했습니다. “아직 살아 있으니 치료를 계속해주세
             요”라고요. 숙모는 쉬지도 자지도 않고 의식이 없는 숙부를 계

             속 간호했습니다.

               그런데 숙모도 고령이었기 때문에 두 달쯤 지나서 이번엔 숙






             202                                          인생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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