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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때 숙모는 간신히 마음의 정리를
했는지 숙부의 연명 치료를 중단했습니다. 숙부와 숙모는 저를
무척 아껴주신, 제 인생에서 매우 소중한 분들입니다. 그래서 의
식이 돌아오지 않는 숙부를 헌신적으로 간호하는 숙모의 모습
을 보는 게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때 제 의사를 생전에 표현해둬야겠다고 절실히 느꼈습니
다. 숙부가 연명 치료는 일절 안 받겠다고 유언장에 적었더라면
숙모도 더 일찍 마음을 정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 겁니다.
그때 이후로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유언장을 써서 자기 인생
의 마침표를 어떻게 찍을지 의사 표현을 정확히 해두자고 이야
기합니다.
물론 유언장은 한 번 쓰면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사람
의 마음은 계속해서 변하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1년에 한 번, 매
년 1월 1일에 다시 살펴보고 필요에 따라 고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문을 어떻게 닫고 싶은지 생각하는 것은 자기 인생을
다시 살펴보는 기회도 됩니다. 그 순간부터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또렷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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