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 -
P. 7

다. 행여나 보고를 하다가 갑자기 영어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까 봐

               겁이 났기 때문이다.
                   교수님은 평소처럼 이번 주 동안 보고 들은 소식에 관해 연구

               원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곧이어 업무 보고가 시작됐다. 그런데 그
               때 불쑥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순간 ‘심장병인가?’ 싶어 오른

               손으로 왼손의 맥을 짚어봤다. 나는 어떻게든 침착하려 했지만 교
               수님의 말씀은 한마디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주변에서 웅

               웅거리는 소리만 들렸고, 손바닥에서는 땀이 배어났다. 그렇게 빨
               라진 심장박동은 3~5분쯤 지나자 점점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 뒤로 3개월 사이에 비슷한 일이 6~7번 일어났고, 횟수를
               거듭할수록 상태가 심각해졌다. 하루는 밤 12시에 침대에 누워 자

               려고 하는데 갑자기 심장이 1분에 140번이나 뛰기 시작하더니 도
               무지 진정되지 않았다. 결국 나는 룸메이트에게 부탁해 택시를 불

               러 타고 홍콩 퀸메리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에는 대기 환자
               가 많았는데 심장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내 이야기를 들은 간호

               사가 내게 먼저 심전도를 포함한 여러 검사를 받게 해줬다. 하지만
               검사 결과 심장박동이 빠른 것 외에는 다른 지표가 모두 정상으로

               나왔다. 그 때문에 나는 좀 더 기다려 진료를 봐야 했다. 진료 대기
               실 의자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는데 룸메이트가 휴대전화로 인터

               넷을 뒤져보더니 불쑥 고개를 들고 말했다. “너 혹시 공황발작 panic
               attack 아니야?” 내가 얼른 휴대전화를 건네받아 증상을 살펴보니

               내 증상과 딱 들어맞는 게 아닌가. 말하기 좀 우습지만 그날 이후로
               나는 공황발작을 심장병으로 착각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





               52  1부 뇌는 당신이 왜 우울한지 알고 있다
   2   3   4   5   6   7   8   9   10   1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