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갔다가 비라도 내리면? 그야말로 한 번뿐인 결혼식을 망
쳐 버리는 것이다.
결혼식 날 비가 내린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빗물
에 젖고 흙이 튀는 걸 떠올리면 굽 높은 구두를 신거나
예쁘게 옷을 차려입는 건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결혼식
장까지 가는 교통수단도 이래저래 고민해야 한다. 무엇
보다 결혼식이 끝나고 피로연으로 가든파티를 한단다.
넓은 정원에서 가든파티를 하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면? 신랑, 신부를 축하하는 흥겨운 자리가 한순간에 아수
라장이 될 건 불 보듯 뻔하다.
‘아아, 아무리 생각해도 난 못 가겠어. 아쉽지만 요코
에게 선물만 보내는 게 낫겠어.’
일요일, 가나는 백화점에 가기로 했다. 그날도 역시
비가 내렸다.
“하,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네.”
가나는 우산을 쓰고서 터벅터벅 버스 정류장으로 걸
어갔다. 걷는 동안에도 계속 우울했다.
‘단 하루라도 좋으니 해를 부르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러면 맘 편히 요코 결혼식에 갈 수 있잖아. 신부가 된
해야 떠라 레몬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