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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받게 하고, 주문을 외고, 마법 새의 심장을 바치기
도 했다. 또 수정을 새로 잔뜩 사들여 수정 구슬의 힘을
나누어 받는 의식을 올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무슨 수를 써도 수정 구슬의 탁한 얼룩은 들
여다볼 때마다 더욱 심해졌다.
마침내 수정 구슬은 우유처럼 새하얘지고 말았다.
“으아아아아악!”
하킴이 비명을 질렀을 때다. 지겹도록 듣던 기억 속
의 목소리가 방 안 가득 울렸다.
“이제야 깨달았는가, 어리석은 제자여.”
“스, 스승님?”
하킴은 당황해서 휘휘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
지 않았다. 모든 것이 뿌옇게 흐려졌다. 마치 탁한 수정
구슬 안에 갇혀 버린 느낌이었다.
“뭐, 뭡니까, 이거? 스, 스승님의 마법입니까?”
“……아직도 깨닫지 못했구나. 수정 구슬이 흐려진
것이 아니다. 흐려진 것은 너의 눈이다.”
하킴은 놀라서 자기 눈을 더듬거렸다.
‘안 보인다. 아무것도 안 보여! 어떻게 이럴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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