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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경멸의 감정만 남았을 뿐이다. 특히 편지 뒷부분을

             읽고는 너무 불쾌해서 속이 다 뒤틀릴 지경이었다.

               “반지를…… 돌려달라고?”
               부들부들 떨면서 에라는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꼭 쥐었다.
               큼직한 루비가 박힌 멋진 금반지. 햇빛에 비추어 보

             면 불타듯이 반짝거리고, 달빛에 닿으면 석류알처럼 검
             붉게 빛나는 것이 일품이다.

               “이 반지는 대대로 내려오는 우리 집안의 가보야. 우
             리 어머니가 남기신 유품이기도 하고.”

               에드먼드는 그렇게 말하며 에라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었고, 그 뒤로 에라는 줄곧 루비 반지를 끼고 있

             었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돌려달라고? 다른 여자 손가락
             에 끼워 주려고?’

               에라는 또 다른 감정에 휩싸였다. 발끈 불타오르는
             증오심이었다.

               “용서할 수 없어…….”
               꽉 다문 에라의 입에서 표독스럽고 탁한 목소리가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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