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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 들어갔다. 그러곤 마치 어둠을 밀어젖히기라도 하
듯이 앞으로 쭉쭉 나아갔다. 머리에 꽂은 비녀들이 금방
이라도 떨어질 듯 흔들거렸다.
그래도 주인은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날아갈 것처럼
빠르게 걷다가 웬 자동판매기 앞에 이르러서야 멈추어
섰다.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후미진 골목. 어째서 이런
곳에 놓여 있는지, 누구라도 고개를 갸웃거릴 법한 장소
에 자동판매기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금색 마네키네
코 스티커가 여기저기 붙어 있는 것도 아주 희한하다.
팔고 있는 음료수도 이상야릇한 것들뿐이다. 〈마시써
니텐〉, 〈보스 콜라〉, 〈천재 사이다〉, 〈귀요미 프리티〉,
〈할멈 녹차〉 등등.
그러나 그게 문제가 아니다. 자동판매기 문이 강제로
열려 있고,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주인은 부서지고 마구 흐트러진 자동판매기를 굳은
얼굴로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다 무언가 떠올랐는지
갑자기 몸을 획 돌려 잰걸음으로 어둠 속을 걸어갔다.
이번에는 어떤 슈퍼마켓에 도착했다. 쉬는 날인지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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