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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려받기만 하는 건 사실이다.

                 지금 입고 있는 바지는 도루 형, 유치원 원복과 가방은

               소지 형, 운동화는 나미 누나한테 물려받은 거다. 준은
               형들과 누나를 아주 좋아한다. 하지만 쓰던 물건을 물려

               받는 건 다른 이야기다. 이제 정말 지긋지긋하다.
                 ‘아아, 정말 싫다. 딱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나도 새

               것을 갖고 싶어! 뭐든 상관없어! 장난감이든 옷이든 다
               괜찮아⋯⋯.’

                 그렇지만 엄마는 “형들 거 아직 쓸 만한데 아깝게 새걸

               어떻게 사?”라면서 고집한다.
                 아빠는 또 아빠대로 “물건은 아껴 써야 하는 법이야.”

               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무리 준이 일곱 살이라도 자존심이란 게 있

               다. 누나 이름이 쓰인 운동화를 신다니, 정말 정말 싫다.
                 친구들이 이 신발을 보면 “준! 또 이름이 바뀌었네?”라

               고 하거나 “저번에는 ‘소지’였는데, 오늘은 ‘나미’야? 안녕,

               나미?”라면서 놀릴 게 뻔하다.
                 적어도 이름만이라도 지우고 싶었다. 준은 까만 매직

               펜을 꺼내 운동화에 찍찍 그었다. 펜을 그어 댈수록 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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