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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 세워져 있었고, 가게 입구에 늘어뜨린 진한 남색 천
조각에는 흰 글자로 〈화앙당〉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유타는 등골이 오싹했다.
‘봐서는 안 될 걸 본 기분이야. 당장 이곳을 벗어나는
게 좋겠어.’
유타가 발길을 돌리려고 할 때, 문 안쪽에서 불쑥 손이
나왔다. 작고 새하얀 손이었다. 손은 “이리 와, 이리 와.”
라고 손짓하며 유타를 불러 세웠다.
그 순간 유타는 홀린 듯이 걸음을 내딛기 시작해 곧장
〈화앙당〉으로 향했다.
가게 입구를 가린 천 조각을 들치고 들어갔다. 가게
안은 좁아 보였다. 안쪽에 검은 계산대가 있고, 검은 의
자 하나가 달랑 놓여 있을 뿐이다. 계산대 너머에는 문이
있는데 지금은 닫혀 있다.
“여기는 〈화앙당〉, 너의 욕망을 이루어 주는 가게지.”
느닷없이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서 유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바로 옆에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여덟 살쯤 되었을
까? 빨간 꽃이 그려진 보기 드문 검은색 기모노를 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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