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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꼴도 보기 싫어.”
남자의 눈이 번뜩거렸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선배인데……. 쳇, 나쁜 자식! 잘
난 척하면서 나한테 꼰대질이나 하고, 얼굴 좀 잘생겼다
고 일도 잘하는 줄 알아. 얼마나 뻐기고 다니는지 재수 없
다니까. 일은 내가 훨씬 잘하는데……. 허구한 날 자기 딸
자랑이나 하고. 꼴도 보기 싫어! 괴롭혀 줄 거야! 아주 따
끔한 맛을 보여 주고 싶다고!”
남자가 쏟아 내는 사납고 거친 말을 듣던 소녀는 즐거
운 듯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가게로 오세요. 당신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을 거예요. 우리 가게에는 그런 소원을 들어주는 물
건이 잔뜩 있거든요. 우연이지만 잘 만났네요, 손님.”
소녀는 남자의 손을 잡아끌고 바로 옆 골목으로 들어
갔다.
골목 끝에 가게가 하나 있었다. 하얀 벽을 따라 검은
대나무들이 빼곡히 세워져 있어 고전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가게였다. 가게 입구에 걸린 어두운 남색 천 조각
에는 하얀 글자로 〈화앙당〉이라고 쓰여 있다.
프롤로그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