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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어두운 골목 깊숙이 가게 하나가 있다. 〈전천당〉이라
고 쓰인 큼직한 간판이 가게에 걸려 있다.
그때 무언가 가게 벽에서 쓰윽 빠져나왔다. 큰 날개가
달린 벌레같이 생겼는데, 도마뱀처럼 꼬리가 길다. 게다
가 온몸이 새까맣고, 뒤룩거리는 눈알이 달려 있다.
벌레는 소리도 내지 않고 골목으로 미끄러져 들어와,
건물의 그림자에서 그림자로 건너다녔다. 그러나 큰길
로 나가 모퉁이를 몇 번 돌며 앞으로 나아가던 벌레는 그
자리에서 붙잡히고 말았다.
눈이 좇아가지도 못할 속도로 재빠르게 잠자리채를
휘둘러 벌레를 낚아챈 이는 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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