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였다. 소녀는 조그마한 몸에 빨간 석산꽃이 그려진 검은
색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 진한 남색 머리칼은 가지런한
단발이고, 피부는 놀랄 만큼 하얗다.
얼굴은 인형처럼 예뻤지만 어딘가 이상하다.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섬뜩한 기운이 온몸에서 뿜어 나오고
있다. 마치 아이의 탈을 쓴 다른 생명체 같았다.
소녀는 잠자리채 안에서 꿈틀거리는 벌레를 잽싸게
채집통에 옮긴 다음 날름날름 입맛을 다셨다. 혀가 짐승
의 것같이 새빨갛다.
“또 한 마리……! 크크크, 재밌다. 이 녀석은 어떤 과
자가 되려나?”
노파같이 걸걸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더니 소녀는 즐겁
게 걸음을 떼었다.
채집통과 잠자리채를 들고서 통통 튕기듯이 걷는 기
모노 차림의 소녀. 너무나 쉽게 눈에 띄는 모습인데, 길
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소녀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 마
치 보이지 않는 것처럼.
문득 소녀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건너편에서 한 남자가 다가오는 참이었다. 젊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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