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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히 바뀌었습니다.
삶에 선택할 수 있는 것과 선택할 수 없는 것이 따로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어느 것 하나도 우리가 선택하는 것은 없
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내가 무언가를 선택했다고 할 때
에는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가 대
부분이니까요.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것을 택했음을 뒤늦게 깨
닫기도 하고, 예상했던 것에서 상당히 빗나가는 일들이 펼쳐
지기도 합니다. 방향은 대충 맞춰서 간다고 하지만, 우리의
여정 안에 담길 디테일에 대해서는 영원히 알 길이 없지요.
그 디테일이 결국은 일상이고 삶인데도 말이지요.
그러니 앞으로의 삶에서 예측을 벗어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전전긍긍할 게 아니라 모호함을 그냥 인정하고 받아
들이는 편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삶에 대해 더 많이 알아내어 명확하게 정리하려는 것은 애초
에 부적절한 시도일지도 모르지요.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그들
은 어떻게 만났는가? 모든 사람들처럼 어쩌다 우연히. 그들
의 이름은 무엇인가? 그게 당신과 무슨 상관인가? 그들은 어
디서 왔는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들은 어디로 가는가? 사
람들은 자기가 가는 곳을 안단 말인가?”
삶은 우연의 연속이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원인과 결과를
1부. 알 수 없는 감정들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