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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는 멋지고 이상적인 인물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깊이 있는

           심리 묘사도 없습니다. 시작도 끝도 모호하지요. 아주 사실적

           인 일상의 풍경을 그리는 듯싶다가도 철학적 사변의 여지를
           남기며, 얘기를 본격적으로 하려는가 싶으면 어느새 다른 이

           야기로 넘어가 있습니다.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농담인지

           정신을 바짝 차려 파악하려 할수록 이야기는 저만큼 달아나
           버리지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자크와 그의 주

           인의 여정을 뒤따라가며 그들의 리듬에 발을 맞추어 노는 것

           입니다. 책을 한 권 읽고 나면 교훈과 메시지를 정리해야 하
           는 이들에게는 낯설고 불편한 독서 경험이 될 수 있지요. 하

           지만 삶에 대해 지나치게 진지하거나, 지금의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이라면 디드로에게 귀 기울여볼
           만합니다.

             여러분의 삶을 어떤가요? 뜻하는 대로 살아왔습니까? 앞

           으로 살아갈 삶의 그림이 뚜렷하게 그려지나요? 나의 경우는
           별로 그렇지 않다고 해야겠네요. 뜻하던 것은 잘되지 않았고,

           뜻하지 않았던 것이 잘되었으니까요. 그러한 사실을 깨닫고

           나니 무언가를 바라고 꿈꾸던 습관이 힘을 잃었습니다. 웬만
           하면 뜻하지 않게 되었지요. 먼 앞날을 계획하기보다는 지금

           주어진 일에 매진하고, 멀리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기보

           다는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시간을 더 내는 쪽으로 서







           18       내 감정을 읽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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