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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인을 잃었다네.

                     그럴 일도 아니었는데…….



                   좋은 일, 기쁜 일이 있을 땐 그저 충분히 기뻐하면 되겠지

                 만, 그것들이 사라져갈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가오는 것

                 들〉은 우리의 미래가 뭔가를 가져다주지만은 않는다는 진리
                 를 새삼 들춰냅니다. 젊었을 때 ‘미래’란 무언가를 더 얻어야

                 하고 나아져야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중년에 접어들면서 ‘미

                 래’는 상실의 의미를 포함합니다. 때론 이별하거나, 소중한
                 것이 사라지거나 사그라지지요. 상실을 슬퍼하며 눈물도 흘

                 리고 때로는 화를 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철학

                 을 공부하고 가르쳐온 나탈리에게서는 스쳐 지나가는 것들
                 을 붙잡아 애원하지 않고, 자신에게 일어나는 변화들을 담담

                 하게 통과해내는 ‘품위’가 느껴집니다. 앎을 실천하는 삶을

                 추구하고 지식과 행동이 일치되는 것을 중시했던 그녀답게
                 위기상황에서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지혜가 빛납니다.

                   루소, 아도르노, 호르크하이머 Max Horkheimer, 부버 Martin

                 Buber, 엔첸스베르거 Hans Enzensberger, 알랭 Alain(본명 에밀 샤르
                 티에 Émile Auguste Chartier), 파스칼, 쇼펜하우어 Arthur Schopenhauer,

                 레비나스 등 영화 곳곳에서 다양한 철학자들의 흔적이 발견

                 되지만, 백미는 역시 마지막 대목에 있습니다. 루소의 《신엘







                                                4부. 우리를 ‘변화’시키는 순간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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