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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이 내뿜는 사람다움이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무턱대고 시비를 거는 것 같기도 하고 가끔은 성격이 너무

              고약해 ‘이건 누구라도 손 쓸 수 없겠는걸.’ 하고 혀를 끌끌 찼던
              적도 여러 번이다. 그런 녀석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한참을 고민해도 딱히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그저 기다려주고 들어주는 수밖에.



                    말보다는 몸으로 부르짖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마음에 동요가 오기 시작했다. 그래, 본래
              인간이란 언어와 상관없이 몸으로 부딪치며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지 않았던가. 진화를 거듭해 언어가 생기고 말이
              유통되면서 대화를 나누게 된 지금의 우리가 존재하지만,

              태초의 사람은 말과 언어가 아닌 몸짓으로 모든 의사소통을
              했었다.


                    그 생각을 하면서부터였을까? 녀석의 모습이 보기

              좋아지기 시작했다. 원초적인 사람다움이 내 눈에 밟혔다.
              나는 이제 적당히 나이가 들었기에 녀석처럼 온몸으로 내지르는

              보기 좋은 본능을 다시 갖기 어렵다. 그 밑도 끝도 없는 모습이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다. 녀석이 가진 순수함이 무척 멋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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